박성주 권순이 주영이 주안이네 일기
1
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릿한 애기 젖 냄새가 전혀 다른 감각으로 느낀것처럼, 강하게 급하게 온몸으로 들이켜진다.
“주안이가 이 안에 있구나” 큰 숨 한번 마시고 가는 숨 내쉬며 성큼 마주하고 선다.
이제 사진도 찍기도 한다.
말을 걸어 보는데 삼일 걸리고,
웃어 보이는데 더한 시간이 걸렸다.
첫날 카메라 들고 갔다가 차마 미안해 뒷짐에 숨겨 두었던 그 카메라를, 일주일 지나 겨우 꺼내 들었었다.
한 번 터진 눈물샘은 좀 채 마르질 않는다.
미안해서 울고,
애처로워서 울고,
분해서 울고,
고마워서 울고,
그리고,
감사해서 눈물이 흘렀다.
어릴 적 이유 없이 흘렀던 코피처럼 지금도 복잡한 눈물이 그냥 익숙하게 흐르곤 한다.
2
26+3. 생후 21일. 교정 -75일
26주하고 3일 만에 980그램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앵~” 한번 울었다.
그리고 21일째.
여러 줄의 가는 호수를 두르고, 인큐베이터 안에서 또 다른 모태를 느끼고 있다.
더 좋은 하나님의 품에서 나머지 13주하고 7일을 보내게 될 것이다.
‘주인主’에 ‘어루만질按’ 자를 써서 출생신고를 마쳤다.
감사해서 나는 눈물은 더 짠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눈물이랄까.
게을러서, 쑥스러워서,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잊고 지냈던 회개꺼리들이 너무 많고 컸다.
“주님 없는 인생처럼 살았던 것들을 다 회개하면 살려주실건가요?“
처음엔 쥐어짜듯이 생각해 내던 잘못들이, 생각할수록 너무 많아지고, 너무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개 하나에 감사 두 개씩!
3
980그램에서 800그램까지 떨어졌다가 이제 1000그램을 넘겼다.
눈물 같은 모유 1그램을 네시간 마다 먹어낸 일도 기적처럼 감사한다.
호흡기를 땐 것도 감사하고,
양압호흡기를 다시 달게 되었을때도 전처럼 무섭지 않아 감사한다.
매일 피검사며, 주사며, 링겔이며, 항생제며, 잘 견디고 있는 것도 감사한다.
다 내려놓고 주님만 향할 수 있다면..
매일 2시에서 3시 면회 시간이면,
이젠 제법 다른 엄마들과도 알게 되어 여러 가지 의학적소견(?)들을 나누며 인큐베이터가 보이는 창문에 쭉 붙어 수다도 나눈다.
아무소리 못하고 울고만 있는 초보엄마 위로도 하고,
주안이 자랑도 한다.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간호사선생님 말씀 잘 들어” 하고 실없이 농담하고 돌아서자니 또 눈물이 고인다.
감사해서 나는 눈물은 더 짠한 느낌이 든다.
4
늘 기도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니 감사합니다.
잊지 않고 저도 돌아보는 자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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