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 횡단 열차 ] 치타역의 재회를 바라보며.... 2020.01.13 새벽
정복을 입은 군인 세 명이 치타역에서 내렸다. 아직 애 때 보이는 소년, 소녀들이다.
책을 읽다가, 과자를 먹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살짝 웃는 수줍은 모습이었다. 당연히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가지고 간 곡물스틱 과자 몇 개 덕에 지날 때마다 눈인사는 반갑게 나누고 있었다.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길에 가장 큰 역인 치타역에 도착했다. 역을 도착하기 한 시간 전부터 이들은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누웠던 침구를 정리해서 차장에게 반납하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단장을 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하는 것이었다. 영하 27도의 엄청난 추위인데도 플랫폼에서는 온 가족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도 쉐고 간식거리라도 살 겸 뒤따라 내리면서 이들의 재회를 목격했다. 그렇게 앳된 아이의 얼굴에서 어떻게 저런 깊은 곳에서 터지는 울부짖음이 나오는지 의아할 정도로 서로를 부둥켜 안아가며 울고 있었다. 아니, 소리 지르고 있었다.
군대를 제대한지 이미 30년은 지났지만 그 모습 속에서 그때의 감정이 조금 되살아났다.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행복할까, 저 자유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자다 새벽에 깨어서 2층에서 어두운 철길을 바라보자니 어젯밤의 그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참 잘 됐다. 가족을 다시 만나서...
이 기차가 저들에게 어떤 추억으로 남을지, 여기 타고 있는 많은 사람은 또 어떤 의미가 될지, 함께 동행 하지만 각자의 인생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정해진 레일 위를 달리지만, 이보다 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새벽에 또 열차는 작은 역에 정차를 하고 누군가는 내리고 또 새로운 여정의 누군가를 태우고 있다.
오늘 저녁이면 이르쿠츠크에 도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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