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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든, 모차르트, 슈만-리스트, 그리고 쇼핑 ] 2019.12.07.

다섯시의남자 2019. 12. 9. 18:14

 

 

 

 

 

[ 하이든, 모차르트, 슈만-리스트, 그리고 쇼핑 ] 2019.12.07.

 

피아노 연주회에 왔다.

연주자의 푸른색 드레스가 길게 펼쳐져 있고 묵직한 검정 빛깔의 그랜드피아노가 연주자의 드레스처럼 길게 뻗어 있다.

총 40석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홀에 삼십명이 채 되지 않는 관중이 숨을 죽이고 선율에 빠져 든다.

한 때는 유등지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공연장이었겠지만 지금은 다소 낡은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무대 뒤의 장식이며 바닥이며 조명들이 이곳을 거쳐 갔을 수많은 연주자들의 꿈과 땀과 눈물을 말해 주듯 해 숙연해진다.

하이든에 이어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 탓인지 오래되고 낡은 이 공간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렇게 느껴진다.

잔잔하던 리듬이 급한 물줄기 마냥 굽어 치고 있다. 내 가슴속에 먼지처럼 가라 앉아 있던 가보지 못한 미래의 꿈이 불쑥 나를 흔들어 깨운다.

음악이나 미술이나 글이나 매한가지이다. 앞만 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인생들을 불러 세운다.

급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크고 길게 호흡하게 한다.

 

햇살을 잔뜩 품은 유등지에는 피아노선율에 맞춰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