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07.22. 나바시(세바시) 강연 안 / 믿는다는 것, 신뢰한다는 것 >
여러분의 배우자나 혹은 아주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말로 마음 상하게 한 적은 없습니까.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한번 기억 해 보십시오.
“아니 저 사람이 왜 저래?, 잘 해 줬더니 안 되겠네!, 내가 앞으로 상종을 하나 봐라... ”
이런 기분이 드십니까?
아니면, “ 갑자기 왜 저러지?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
이렇게 먼저 걱정이 앞서십니까?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미우라아야꼬란 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빙점’이란 책인데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이분이 전업작가가 되기 전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하루는 교사들끼리 쉬는 시간에 얘기를 나누다가 부부싸움 얘기가 나왔답니다.
동료들이 별거 아닌 일로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미안하다고 남편한테서 꽃을 받거나 선물을 받았는데 그게 너무 행복하단 얘기를 들었답니다.
미우라아야꼬 선생님은 이런 싸움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싸움 후에 선물을 받고 하는 기분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반드시 싸움을 걸어 봐야겠다’고 다짐하고는, 퇴근하는 남편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 시작 했습니다.
그래도 통하지 않자 마지막에는 남편이 벗어 놓은 양말을 집어 던지면서 ‘
당신 양말은 당신이 빨아요’하고 소리치니깐 남편이 가만히 보고 있다가 양말을 들고 화장실로 가더랍니다.
결국은 싸울 일이 없었죠.
선생님은 일상 속에서의 특별하진 않을지라도 늘 여전한 참 행복에 대해서 얘기한 것인데,
저는 그 때 ‘그 남편 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 해 보았습니다.
아내의 말이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남편은 아내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던거죠.
믿음이나 신뢰는 하나의 사건에만 축소 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닥친다 해도 근본적으로 그분에 대한,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기다려 줄 수 있는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이 남편 분처럼 요.
그럼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이게 사실은 제가 하고 싶은 얘기입니다만, 그것은 믿음이나 신뢰가 타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향하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얼마나 믿고 신뢰하고 계십니까?
어느 누구도 모르는 나만 아는 부끄러운 과거의 일들로 인해, 실망한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채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남들은 내 진짜 모습을 몰라...’ 하면서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고 그럼으로 인해 솔직할 자신도 없고, 시도도 못한 채 숨기기에 급급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나온 과거의 자신을 바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결국은 남은 나의 인생을 신뢰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자신을 믿고 신뢰한다는 건 다른 어떤 흔들림에도 다시 돌아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주에 외국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비상시 요령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비상구 위치나, 대피안내, 구명조끼 입는 방법 등 늘 하던 얘기를 하는데 ‘산소호흡기 착용법’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이전에는 신경 쓰지 못했던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이 먼저 착용하고 다른 사람을 도우라”는 것입니다.
아이나 노약자를 먼저 챙기려다 결국 자신마저 챙길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거죠.
내가 먼저 안전하고 내가 먼저 건강해 지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 아닙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나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믿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믿거나 신뢰하지 못하겠죠.
그러면 그 현상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만 보게 되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행복한 인생을 즐길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자신에게 솔직해 지는 것, 실패나 실수를 용서하는 것,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응원하는 것,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
여러분 남은 인생이 자신을 사랑하고, 믿고, 신뢰함으로 인해, 세상을 더 풍요롭게 바라 볼 수 있는 자유함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비행기를 탄다는 건 흔한 일이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안전한 교통수단이 되어 있습니다만 아직도 서양인들에게는 비행기가 두 번째로 공포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는 뭘까요? 첫 번째 공포는 연설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