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숙제... 친구

다섯시의남자 2019. 6. 7. 14:16

2019.06.07. < 친구 >

 

학교 건물 좌측 공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애들이 줄잡아 100명은 돼 보였다

새로 생긴 초등학교 탓에 제법 거리가 있는데도 이곳으로 전학을 와야만 했다

 

한명씩 명단이 불려지고 선생님 뒤를 따라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걷지도 뛰지도 못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따라들 갔다

지금에사 생각해 보니 흡사 신병교육대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둘만 남았다

신학기 시작 때라 조금 쌀쌀 하기도 하고, 오래 쭈구려 않은 탓에 불편하기도 했지만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어색함이었다.

내 성격에 먼저 얘기를 건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이대로 먼 산만 보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니도 전학 왔나? 나 장경희다. 친구하자...”

그래 반갑다

다행이 먼저 말을 걸어주니 너무 고맙다

5학년, 6학년을 같은 반, 짝궁으로 지냈다

 

처음 어색한 인사 후 4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늘 받기만 하는 거 같아 미안하고 고맙지만 쉽게 표현하질 못했다. 친구도 같은 마음인 게 눈에 보인다. 말투에서나 눈빛에서....

 

요즘도 가끔씩 동구청 뒤에 작은 동네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차타고 30분은 와야 하지만 저녁 먹고 산책하듯 가서 그냥 지난번 했던 얘기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얘기를 또 주고받는다.

별 말 없이 지나는 사람 쳐다보고 있어도 어색할게 없다

더 나이가 들면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좋겠다.

아내에게조차 말하기 쑥스러운 얘기들도 나누면서 그렇게 같이 늙어 가면 좋겠다싶다.

 

인생 후반전이 시작되고 나니 함께 뛰고 있는 친구가 더운 소중해진다

나도 이 친구에게 좋은 친구이고 싶다